▽복잡한 민주당 주류내 기류〓주류-비주류 모두 내심 “이 상태로는 당을 같이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내 양대 세력은 지금까지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진다”는 논리 아래 인내력 게임을 벌여왔지만 지금은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개혁그룹을 중심으로 한 노무현 후보 친위그룹들은 오래 전부터 민주당의 ‘개혁정당화’를 모색해왔고 노 후보 본인도 여기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신당 창당은 당내에서 절대적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한 노 후보로서는 모험이라는 반론이 적지않다. 따라서 무리한 신당 창당보다는 민주당내 개혁그룹이 중추를 형성하고 여기에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 내부의 개혁인사들을 결합시켜 당을 일신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문제는 신당 창당이나 재창당에 대한 주류 내부의 구상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류측의 양대 핵심인 노 후보와 한 대표의 신당론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대표는 외부 정치세력까지 껴안은 보다 큰 틀의 개편을 생각하고 있으며 재·보선 이후 전개될 후보 재경선 국면에서도 아직 ‘노무현 지지’라는 확고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모든 결론은 재·보선 이후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제3세력’의 움직임〓노 후보의 ‘개혁신당 창당’을 민주당 이탈의 호기로 생각해온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모아가고 있다. 민주당과 ‘엇박자 행보’를 계속해온 이인제 의원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 박근혜(朴槿惠) 미래연합 대표와의 잇딴 접촉을 통해 거사(擧事) 일정을 고민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노 후보가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때가 되면 욕을 먹더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이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내 한 인사는 “의원 20명 정도는 뜻을 같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 의원이 23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보선 뒤 큰 변화와 흐름이 있을 것이며 많은 분들이 (민주당보다) 더 튼튼한 구조와 틀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이나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은 정계개편과 관련해 아직 명확한 입장 정리를 못한 채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