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이모저모]‘빨치산’ 발언으로 11시간 공전

  • 입력 2002년 7월 23일 22시 08분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의 “민주당은 빨치산 같다”는 막말과 민주당의 말꼬리잡기로 23일 국회 본회의가 11시간 이상 공전되다 오후 8시45분경에야 가까스로 열렸다. 양당은 사과를 하느니 마느니 하며 실랑이를 벌이다 국회 파행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해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정상화 경위〓민주당은 처음에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강경 태도를 보였으나 내부에서조차 신중론이 제기되자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당 대표라도 사과해야 내가 의원들을 설득할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무의 사과로 충분하다고 맞서다 결국 서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총무의 발언으로 문제가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잠시나마 국회가 파행한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무도 대정부 질문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용어 선택과 발음의 잘못으로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한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한나라당은 무정부 상태를 만들어 1당 독재체제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힐끗힐끗 이회창 후보의 눈치를 보고, 이 후보는 ‘조폭 두목’처럼 의원들의 등을 두들겨 주곤 한다”(송영길·宋永吉 의원) “이 나라에 매카시즘 선풍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김경재·金景梓 의원)는 비난 발언이 쏟아졌다. 신중론도 제기됐다.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국민에게 ‘마늘협상 파동 등을 덮기 위해 사소한 말꼬리를 잡는 것 아니냐’고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이미경(李美卿) 의원도 “‘이 총무가 물러날 때까지 국회에 들어가지 말자’는 주장이 국민 정서에는 안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무의 잇단 설화(舌禍)〓이 총무는 5월 31일에도 당내 회의 도중 새천년민주당을 가리켜 “새천년 미친당이구먼. 미친년 당이야”라고 말해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는 98년 9월에도 당 회의 도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겨냥해 “76세나 되신 분이 ‘사정’ ‘사정’하다 혹시 내년에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가 당시 국민회의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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