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낸 대정부질문〓본회의가 속개되자 민주당 김원길(金元吉) 의원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까지 의원 7명의 대정부 질문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국정난맥상을 질타하는 자세는 그럴 듯했지만 발언의 긴장도는 떨어졌다.
오후 10시40분경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사가 합의해 답변은 서면 제출로 대체하기로 했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산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양당 총무가 서면 답변내용을 24일 아침까지 속기록에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요구해 정부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답변서를 만드느라 밤늦도록 작업하며 부산을 떨었다.
국회에 나왔던 경제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본회의 답변을 일괄 서면제출하라고 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것 같다”며 “의원들이 보충질문도 없이 대충 넘어가주니까 정부 측으로선 나쁠 것 없다”고 말했다.
▽정상화 경위〓한나라당 이 총무의 빨치산 발언 직후 민주당은 처음에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경태도를 보였으나 차츰 내부에서도 국회 파행의 책임론을 우려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날 오후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가 “당 대표라도 사과해야 내가 의원들을 설득할 것 아니냐”며 절충안을 제시하자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무의 발언으로 문제가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혀 수습의 가닥이 잡혔다. 이 총무도 대정부 질문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총무의 잇단 설화(舌禍)〓이 총무는 5월31일에도 당내 회의 도중 새천년민주당을 가리켜 “새천년 미친당이구먼. 미친년 당이야”라고 말해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는 98년 9월에도 당 회의 도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겨냥해 “76세나 되신 분이 ‘사정’ ‘사정’하다 혹시 내년에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가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