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단 ‘2002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가 북측과 8·15행사의 서울 공동개최를 합의한 것과 관련, 이 행사가 남북 민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한반도 안정유지에 기여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이 서해도발에 대해 아무런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데 대해 그동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해교전이 발생한 직후 국방부장관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사과 및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를 공식 촉구했으며, 이후에도 북측에 직간접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 내에서도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방치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8·15 공동행사 개최를 승인할 경우 자칫 책임론을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 서해교전으로 인해 국민의 대북감정이 곱지 않은 현 상황에서 남북 공동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8·15행사 승인여부를 앞두고 신경쓰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말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북관계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낼 경우 본격적인 남북교류 및 대화를 통해 올해안에 평화체제 기반을 완성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8·15 행사 승인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부의 솔직한 내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6일 방한한 뒤 곧바로 28, 29일 평양을 방문할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북한측의 태도변화를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형태의 남북교류도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8·15 민간행사도 북한 당국의 사과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6·29 서해교전 이후 북한 반응 | ||
일시 | 반응 주체 | 주요 내용 |
6.29 | 중앙·평양방송 | 우리 영해에 침입한 남조선 해군 전투함선이 우리 경비함에 수백발의 총포사격을 가했음 |
7.1 | 외무성 대변인 | 이번 사건은 남조선 군통수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비호 밑에 일어난 것으로 미국이 북남관계에 쐐기를 치기 위해 만든 결과물이다 |
2 | 중앙방송 시사논평 | 책임은 남조선군사당국자들이 져야한다 |
4 | 7·4공동성명 발표 30주년기념 평양시보고회 | 남조선 당국은 먼저 북방한계선(NLL)의 비법성부터 인정해야 한다 |
9 | 인민군판문점대표부 대변인담화 | 침몰함선 인양시 작업날짜, 시간, 동원선박, 장비 등 구체적 사항을 미리 인민군 측에 통보해야 한다 |
17 | 노동신문 논평 | 한나라당을 비롯한 우익보수세력들이 서해교전을 계기로 주적론 등을 제기하는 등 반공화국 대결 광대극을 연출하고 있다 |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