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후보 등록직전 각 언론사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 8개 지역(북제주 포함)에서 민주당이 모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이왕 질거면 아예 참패하는 것이 대선에서 낫다”는 자포자기식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만이 동분서주하고 있을 뿐 중진의원들은 재·보선 지원에 힘을 싣지 않는 분위기다. 과거 재·보궐선거가 있을 때 최고위원들이 지역구를 분담해 지원에 앞장서고 의원들까지 총력지원 체제를 갖췄던 것과 달리 당내 최고위원들이나 정동영(鄭東泳) 고문 등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특정 지역 후보 지원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비주류들은 아예 냉소적이다. ‘별 관심도 없다’거나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심지어 재·보선 이후의 대선후보 재경선 국면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자금난 때문에 후보자들에 대한 중앙당의 금전적 지원도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후보 공천과정에서 ‘선거자금을 준비할 수 있느냐’고 후보자들에게 재차 다짐을 받았다”며 “이번만은 중앙당에 선거자금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각 지역구에 대한 ‘실탄 공급’이나 지원유세 등의 ‘백병전’ 대신 중앙당이 나서 한나라당과 확실하게 전선(戰線)을 형성해 집중포화를 퍼붓는 ‘고공전’에 주력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정리했다. 민주당이 연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5대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과 천정배(千正培) 후보정무특보 등 노 후보의 직계의원들이 앞장서서 이회창 후보 공세에 앞장서고 있다. 당 지도부는 한나라당과의 일전불사 분위기를 조성해 당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사분오열된 당을 단합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