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교전 유감표명]대북전문가 상반된 시각

  • 입력 2002년 7월 25일 23시 45분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차관〓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측의 표현 가운데 ‘우발적으로 발생한’ ‘공동 노력’ 등은 중립적인 문구들이다. 이는 유감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책임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유감 표명도 북측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충돌이 빚어진 상황이 유감스럽다는 뜻이다. 잘못을 시인한 게 아니다. 이러한 표현은 ‘분명한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정부가 서해교전 해법으로 제시한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자 처벌을 언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재발방지 노력도 공동 노력을 강조, 서해교전이라는 무력충돌이 공동책임이라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겉으로는 사과한 것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도발 자체를 은폐한 셈이다. 정부가 이를 충분한 사과로 받아들이고 북한 당국과 회담에 나설 경우 상당한 비판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8월초 금강산 실무접촉을 제의한 것은 8·8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으로 남북화해협력 분위기를 조성해 DJ정부와 민주당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북한의 유감 표명은 우리 정부가 요구한 사과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중앙방송 등 관영매체들을 통해 이번 서해교전을 남측의 선제공격에 따른 도발이라고 주장해 왔다. 북한이 25일 대남 전통문을 보낸 데 이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방송을 통해 이번 사건을 우발적 사태로 규정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은 주민들이 겪을 혼란을 무릅쓰고 자신의 주장을 번복한 것이다. 따라서 간접사과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과거 자행한 수많은 도발 가운데 유감을 표명한 것이 단 두 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96년 강릉 잠수함사건 발생 이후 처음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그나마 당시 북한은 미국의 중재에 따라 뉴욕채널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고, 내용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유관측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것이었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이를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도 사과로 받아들였다. 이런 전례와 비교해볼 때 북한은 이번에 우리 측에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등 진전된 태도를 나타냈다.

비록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간접사과의 뜻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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