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價정책 조정때 美에 사전통보, 99년 비밀합의 의혹”

  • 입력 2002년 7월 26일 18시 26분


한국정부의 약가정책 조정시 한국과 미국이 사전 합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한 비밀합의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4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통상현안 정례 점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미국 측 관계자가 ‘한국의 의약품실거래가제도(ATB) 도입은 양국 정부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며 “99년 11월 한국정부가 ATB를 도입하면서 미국과 비밀합의를 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미국 측 관계자가 ‘이 합의가 서면이 아니더라도 특성상(in nature) 양국이 약가 조정시에는 사전 통보하고 합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주권 포기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사관도 5월 ‘99년 합의(agreement)가 양국 간에 존재하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인으로 출석한 이경호(李京浩) 전 복지부차관은 “4월 복지부를 방문한 래시 미 상무부 차관보가 ‘복지부가 관련 시책을 추진할 때 미국과 협의키로 한 99년 합의사항을 왜 위반했느냐’고 항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원길(金元吉) 전 복지부장관은 “‘99년 협정’은 미국 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미국 측도 그런 협정이 없다는 점을 인정, 최근에는 협정이란 말 대신 양해(understanding)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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