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직접 나서서 연일 북한의 서해교전 유감 표명에 대한 정부측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이 후보는 27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분명한 무력도발을 우발적 충돌로 규정하고 재발 방지도 남북 쌍방이 공동 노력하자고 한 것은 사과 취지가 담겨 있지 않은 대단히 미흡한 것이다”며 “그러나 정부와 대통령은 이를 분명한 사과로 보고 접촉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안보를 걱정하는 진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문책을 다시 한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은 연말 대선 때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략적으로‘북풍’을 이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우리도, 북한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략적으로 (북풍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선 북한의 갑작스러운 유감 표명이 ‘북풍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이번 유감 표명이 남북간의 사전 조율 없이 나왔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물밑협상설을 제기했고 이 후보의 한 측근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대선 전 답방 움직임 등 모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북풍’ 이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당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활동을 통해 서해교전 등 남북문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도록 주문했다.
그러자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원내 제1당의 후보로서 균형감각을 상실한 냉전수구적인 사고를 나타낸 것으로 무책임한 처사”라며 “이 후보가 비전과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쪽이 망하는 순간까지 전쟁 한번 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