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총리지명자는 그동안 ‘총리 서리’에 대한 정치권의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행을 내세워 총리로서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국회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총리의 공백이 당장 국정에 혼란까지 초래할 가능성은 많지 않은 편이다.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각 부처의 장관과 달리, 총리는 민생 정책과 직접 관련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리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고 정부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총리는 내각을 통할하고 국정을 조율하며, 일정직급 이상의 공무원 인사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각종 의전행사를 주도하도록 돼있다. 총리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그 같은 주요 국정 사안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조직법 22조는 총리직무대행의 임명조건을 ‘국무총리가 사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총리지명자가 국회에서 동의를 받지 못한 이번 사태는 ‘사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행체제 출범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직무대행은 현직 총리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해외여행중이거나 탄핵을 받았을 경우 임명할 수 있으나 총리가 아예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직무대행을 임명할 수 없다”며 “만일 직무대행을 임명한다면 또 다시 법률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사 총리직무대행 임명이 가능하다 해도 총리의 중요 결재 권한까지는 대신하지 못하고 회의 참석 등 형식적이고 부분적인 업무만 대신하도록 되어 있다.
인사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를 받을 때까지 총리직을 공석으로 둘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임명동의까지 최소 20일간은 국정공백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위헌논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총리 서리를 지명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후임 총리를 물색하는 것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현 정권의 인력풀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임기말 총리를 선뜻 떠맡을 인사가 많지 않고, 장 지명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검증된 인사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참신성은 떨어지더라도 안전위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명망가나 이미 검증을 거친 인사들이 후임 총리의 우선순위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선을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 확실하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런 사람 빼고, 저런 사람 빼고 하면 인물이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에 총리 추천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 한나라당은 장 지명자 천거과정에서도 이미 “추천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후임 총리를 물색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인력풀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임기말 총리를 선뜻 떠맡을 인사가 많지 않고, 장 지명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검증된 인사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명망가나 공직자 출신 등 이미 검증을 거친 인사들이 우선순위에 오를 전망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