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6·29 서해교전 직후 7월 초로 예정했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 계획을 철회한 뒤 북한의 태도 변화가 북-미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에 25일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남북장관급회담 재개를 제안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다음날인 26일 북-미대화 재개의사를 밝혔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기간 중에도 북한은 적극적인 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파월 장관이 대북특사 파견문제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이런 태도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변화의 의지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ARF 회의장에서 이뤄진 파월-백남순간의 ‘15분 미팅’이 성사된 배경도 미국의 이런 인식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파월 장관은 이날 에드워드 동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내가 회의장 라운지에 있다는 사실을 백 외무상에게 알려줘라”라고 ‘은밀하고도 적극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6·29 서해교전으로 서먹해진 북-미관계의 일정표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관계가 ‘서해교전 이전’으로 복원됐다고 성급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서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북한의 급격한 태도 변화나 도발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경우를 돌이켜볼 때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에 서울 남북장관급회담 등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볼 수 있는 각종 행사가 예정돼 있어 급할 것도 없다.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