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대화, 아직은 장밋빛 아니다

  • 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27분


북한의 ‘대화 공세’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남북대화와 북-미 북-일회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까지 보인다. 상황이 복잡한 만큼 소용돌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면서 냉철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금강산 실무회담을 남북화해를 위한 대단한 계기로 평가하면서 후속조치를 준비 중인 정부의 자세는 너무 안이해 보인다.

실무회담 합의의 대부분은 4월 임동원 대통령외교안보특보 방북 때 나온 발표의 재판(再版)이다. 시계를 4개월 전으로 돌려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더구나 남북한간 최대 현안인 서해교전은 이번에도 어물어물 넘어가고 말았다. 한반도 상황을 경색시킨 북한의 도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아시아경기 참가 뉴스로 ‘포장’한 합의를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아시아경기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경비까지 부담하며 초청하기로 한 것을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 생각할까. 서해교전에 대해 더 이상 성의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지 않겠는가.

남북문제는 결코 이벤트성 행사로 해결할 수 없다. 실천이 보장되지 않은 합의는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없다. 서해교전은 이벤트성 행사와 공허한 합의로 만들어진 남북화해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 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남북장관급 회담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합의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조치를 강구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당연한 지적이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다.

총리 공백 사태로 내치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남북대화를 서두를 이유도 없다. 게다가 많은 국민이 임기 말에, 총리까지 없는 정권이 남북대화를 제대로 이끌까 우려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정부 말기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정도로 북-미관계가 진전됐지만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서자 하루아침에 냉각됐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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