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비슷비슷한 회의를 하면서 비슷비슷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1월엔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사정 방침을, 4월엔 5대 취약 분야에 대한 기획감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초엔 국무총리 주재로 반부패장관회의를 열고 공직기강 점검 활동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긴급 감사관회의를 가졌으나 역시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다. 정부의 조급함과 위기의식을 헤아릴 수 있다.
그동안의 각종 지시와 지침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역설적으로 효과가 없기에 ‘엄포’가 계속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시와 지침이 이렇게 먹혀들지 않는 것은 공직사회에 영(令)이 서있지 않은 탓이다. 공무원들이 현 정권의 ‘내일’에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조차 총리임명동의안에 부(否)표를 던진 상황에서 행정 누수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김 대통령은 행정 누수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하기보다는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정리하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다음 정권에 가능한 한 최선의 상태로 정부를 이양하기 위해 마무리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첫걸음은 총리 부재(不在) 상태를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다. 행정을 통할하는 총리가 없는 파행적인 상황에서 공직기강만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국정을 그르치는 요인 중 하나가 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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