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9월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참가 등 ‘메가톤급’ 합의 내용이 터져나오고 있는 데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도, 그렇다고 적극 찬성하기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아시아경기 참가 등이 남북한 화해의 물줄기를 트고 민간 차원의 체육교류에 해당하는만큼 반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내심 이번 합의가 ‘신(新)북풍’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지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아시아경기 개폐회식 등에 맞춰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답방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한 측근이 “실무접촉 협의에서 아시아경기 참가 등 덩치 큰 사안이 합의된 점에 비춰볼 때 실제 장관급회담에선 더 큰 합의사항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남북화해기류에 묻혀 한나라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 변수는 한나라당이 심혈을 쏟는 ‘부패정권 심판론’을 희석화할 수 있는 여권의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나라당은 대선 정국을 주도할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가 5일 부산 지역 지원유세에서 남북 실무접촉 5대 합의와 관련해 “남북 관계는 물론 잘돼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은 이를 정략적으로 선거에 이용하거나 국면전환의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 국민이 절대 납득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경계한 것도 그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김문수(金文洙) 기획위원장은 “이번 남북의 실무합의사항은 현 정권이 서해교전 후 햇볕정책의 실패를 딛고 다시 국민의 지지를 모을 수 있는 ‘휴식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번 금강산 실무접촉 합의에 깔린 여권의 ‘정략적 의도’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을 방침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