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악화로 투표함이 도착하지 않아 8일 실시된 전북 군산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된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이상철(李相喆·46·사진) 이장은 “군산시 선관위의 투표함 수송 포기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 군산시 선관위는 투표 전날인 7일 오후 3시경 “폭풍경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해경함정이나 공군헬기가 뜰 수 없을 정도로 일기가 나빠 옥도면 어청도와 연도, 비안도 등 3개 섬에 투표함과 투표사무 종사원을 수송할 수 없어 투표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궐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유권자는 연도 200명, 어청도 305명, 비안도 372명 등 모두 877명이다.
기상악화로 인해 투표를 하지 못한 경우는 한국 선거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아침 일찍 5t짜리 배로 우럭낚시를 다녀왔다는 이씨는 “예보와 달리 어청도 주변 바다는 7일 저녁부터 파도가 잠잠해져 배들이 조업을 나갔다”며 “7일 저녁이나 8일 새벽에라도 투표함을 수송해 주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청도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투표율이 70%나 될 정도로 투표 참여 열기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주민들은 부둣가에 삼삼오오 모여 “바다가 이렇게 잔잔해졌는데 지금이라도 투표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군산시 선관위측은 “개표 결과 1, 2위 득표자간 표 차가 3개 섬의 유권자수인 877표보다 적을 경우에만 날을 잡아 따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다른 투표구의 결과를 알고 하는 투표는 의미가 다르지 않으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씨는 “섬 주민들은 국가의 각종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2류 국민’이라고 자조하곤 하는데 이번 일로 또 한번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지었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