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심판론 위력 여전…兵風 표심잡기 역부족

  • 입력 2002년 8월 9일 00시 14분


‘민심의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8·8 재·보선 결과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관계자들은 승패를 가른 최대 원인으로 현정부로부터의 민심 이반을 꼽았다.

6·13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압승의 결과를 낳은 ‘부패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이는 수도권에서의 한나라당 전승, 민주당 전패라는 동일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총공세를 폈으나 이러한 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신 병풍(兵風)’이 불면서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이상기류가 나타났는데도 압승을 거둔 것은 민심이 현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떠났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 비리로 민심 이탈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중국과의 마늘협상 파문, 장상(張裳) 국무총리 지명자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등 국정운영 난맥상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투표일 직전까지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민주당을 2배가량 앞섰던 점도 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신당 창당 논의가 불거지는 바람에 당의 분열상이 노출되는 악재가 겹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서울 종로와 금천, 경기 하남 등 2곳은 공천탈락자의 무소속 출마로 민주당 후보들이 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민주당 지지표가 분산된 것은 물론 선거 후반에 신당 창당론이 제기되면서부터 ‘없어질 유령정당’ 후보라는 공천탈락 무소속후보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

민주당은 여기에다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던 점도 패인으로 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면에서는 선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기획조정국 관계자는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이전의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줄었고, 한나라당 후보와 뚜렷한 양당 대결구도를 형성한 점은 지방선거 때와 다른 양상으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재·보선은 정당투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물론은 그리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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