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 각당 표정

  • 입력 2002년 8월 9일 00시 36분


8·8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며 만족해했고, 민주당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민주당이 음해와 정치공작으로 혼탁 선거를 획책했지만 국민은 현혹되지 않고 우리 당에 지지를 보내주었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과반수를 차지한 제1당으로서 국민 대화합과 통합에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4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서청원(徐淸源)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과 함께 TV 모니터를 통해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밤 9시를 넘어 대승이 사실상 확정되자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부정부패와 비리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권력비리 국회 국정조사 등의 현안에 대해 강공을 펼 것임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에서 SBS 여론조사의 대선후보 가상대결에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1위를 했다는 소식에 “(정 의원 지지도가) 좀 더 올라갈 것이다. 노풍(盧風)도 (한때) 그랬다”며 여유를 과시했다.

○…오후 6시 발표된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민주당의 참패로 나타나자,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7층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나란히 앉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TV만 응시한 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당직자들도 간간이 긴 한숨만 내쉬었다.

6시10분경 노 후보는 “오래 앉아 있으면 고문이 될 것 같다. 상황실이 아니라 고문실이다. 내가 있으면 모두 괴롭지 않겠느냐. 나가서 편하게 있고 싶다”며 자리를 떴다.

그는 8층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가며 기자들에게 “짧은 순간이지만 내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 것은 나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운명에 도전한다는 뜻이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청와대는 재·보선 결과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져 다행으로 생각한다. 투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말했고, 선거 승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당장 대통령 아들 등 친인척 비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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