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대세론 힘실려, '의혹'검증 변수▼
재·보선 결과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대선 행보의 돛을 활짝 펴게 됐다. 특히 이달 중순경 대선 선대위를 발족시키는 것을 계기로 다시 ‘대세론’ 확산을 노린다는 게 이 후보측의 복안이다.당 장악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최병렬 김덕룡 이부영 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도 급속히 이 후보 쪽으로 거리를 좁혀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가도 곳곳에는 아직도 지뢰가 깔려 있다. 갈수록 거칠어질 민주당의 ‘5대 의혹’ 검증 공세와 남북관계 변수 등이 이 후보의 앞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님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발’ 정계개편의 파고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반의석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기식 정국운영을 할 경우 ‘다수의 오만’이란 역풍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무현후보…후보사퇴-신당, 당안팎서 역풍▼
산 넘어 산을 맞아 헤쳐 나갈 길이 험난한 형국이다.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내 비주류진영의 후보직 사퇴 요구를 ‘8·8 재·보선 이후 재경선’ 카드로 우회했으나, 이번 재·보선에 다시 참패함으로써 후보직을 내놓아야 할지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특히 두 차례 선거에서 ‘노풍(盧風)’의 위력과 ‘영남 득표력’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당내에서 일게 될 후보교체론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가 난제다. 현재 최악의 경우에는 당내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개혁신당’을 만들어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각오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당 논의를 성공적으로 정면돌파해낼 경우에는 지지도 상승이라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듯하다.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도 위안거리다
▼서청원 대표…당 장악력 강화▼
대표 취임 후 가장 큰 전과(戰果)를 거둠으로써 당내 입지가 한층 강해졌다. 당장 대선 행보에 주력할 이회창 후보와의 역할 분담을 통해 당 차원의 정국 대처방안과 ‘공중전(空中戰)’의 방법 결정 등에 전권을 위임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과의 관계 설정,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 문제 등이 그의 정치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의 목표는 사실상 ‘이회창 이후’. 대선 승리에도 기여해야 하지만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일각의 불평을 달래며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고 있다.
▼한화갑 대표…패배 책임-신당 중책 '위기 이자 기회'▼
당권 장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동시에 정치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시험받게 됐다.
6·13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의 참패로 쏟아질 지도부 인책론의 부담 속에서 위기의 민주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 추진 논의의 핵에 서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단지 민주당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권 전체의 풍향을 좌우할 수도 있다. 더욱이 신당 창당 추진과정에서는 친노(親盧)와 반노(反盧) 세력이 대립하는 민주당의 ‘정신적 분당(分黨)’ 상태를 해결하는 일과 외부 세력의 영입 성공 여부도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이한동 전총리…신당합류 노후보 대안 꿈▼
민주당 내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총리퇴임시 밝혔던 ‘꿈’(대권고지)을 실현할 교두보 확보의 호기를 맞았다.
현재는 단기필마(單騎匹馬)지만 새판 짜기 과정에서 민주당 내의 비주류 및 개헌론을 외치는 중도파와 손잡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도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낮은 대중적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데다 신당 참여과정에서도 일정한 지지세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자력보다 외생변수에 의해 입지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정몽준의원…대선행보 탄력 붙을듯▼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더욱이 SBS가 8일 실시한 이회창-노무현 후보와의 대선후보 3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1위로 부상함으로써 행보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당연히 민주당내 ‘후보교체론’과 신당창당론이 진행됨에 따라 갈수록 상한가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초로 예고된 그의 입장발표가 ‘출마’쪽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짙어지고 있다.
다만 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내 세력갈등과 한나라당의 견제속에서 가계문제와 리더십을 둘러싼 혹독한 ‘검증’을 어떻게 통과할지가 과제다.
▼박근혜대표…'영남대표' 목표차질 예상▼
한나라당의 재·보선 승리로 박근혜 의원의 위상은 불가피하게 하향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입지 강화가 상대적으로 ‘영남 대표권’을 노려온 박 대표의 행보에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박 의원으로서는 ‘민주당발’ 정계개편에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더욱 뿌리치기 어렵게 됐다. 완전한 ‘헤쳐모여’식 새판짜기가 이루어질 경우 다양한 후보군의 하나로 신당에 참여할 명분이 서는 데다 대주주의 일원으로서 입지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제는 선두권에서 밀려난 개인적 지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