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회담, 경협 위한 요식행위인가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31분


어제 끝난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컸던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우리는 서해교전 이후 열린 첫 장관급회담에 북한이 진솔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와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의 협상태도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남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군사실무회담의 일정 문제는 경의선 연결과 금강산 육상관광로 개설 등 휴전선을 넘나드는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을 위한 전제가 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여러 경협사업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도 정작 군사실무회담의 개최일자 확정을 끝까지 회피한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우리측 공동보도문 내용과는 달리 ‘쌍방 군사당국자회담을 건의한다’고 밝혀 앞으로 이 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런 북한의 속셈을 뻔히 알고 있었을 우리 정부다. 애초에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서해교전 문제를 분명하게 짚을 것이며 무력충돌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에도 주력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는 ‘북한에 줄 것은 주되 우리 요구를 분명하게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결과적으로 ‘북한에 주기만 하고 우리 요구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못한’ 격이 되고 말았다. 이번 회담이 대북(對北) 쌀 지원 등 경협을 위한 요식행위였다고 비판해도 정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식의 남북회담이라면 여론의 지지를 구하기 어렵다. 그동안 햇볕정책이 비판받은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게 끌려다니고 그 과정에서 상호주의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임기 말의 햇볕정책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이 같은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좀 더 당당하게 우리의 요구를 북한에 전달할 때 그들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왜 외면하려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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