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分黨으로 가나…‘거대新黨’ 사실상 무산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41분


1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화갑 대표(가운데)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 안철민기자
1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화갑 대표(가운데)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 안철민기자
한동안 침묵을 지켜온 민주당 내 비주류 진영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겨냥한 공세가 거세지면서 민주당이 다시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제3후보군의 영입을 전제로 한 거대 신당 추진구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비주류 진영이 독자행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당내에서는 “거대 신당을 만들려다가 오히려 분당(分黨) 위기만 맞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당으로가나〓이인제(李仁濟) 의원은 14일 “샅바도 잡기 전에 경기가 다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제3후보군을 신당에 합류시키는 작업이 교섭단계에서 수포로 돌아간 만큼 주류측과 중도파가 추진해온 민주당 중심의 거대 신당과는 다른 ‘그림’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비주류측은 제3후보군의 신당 합류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된 13일부터 노 후보의 ‘선(先) 후보직 사퇴’ 주장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노 후보가 대통령후보직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데서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논리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탈당을 먼저 결행하자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울타리의 바깥에 깃발을 꽂아놓음으로써 ‘민주당 선 해체’ 쪽으로 대세가 움직여가도록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아직 비주류 진영의 노 후보를 겨냥한 공세가 본격 탈당 러시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막상 이탈세력의 규모가 소수에 그칠 경우는 비주류진영이 막판에 ‘탈당 결행 보류’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3후보군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다. 이들이 ‘제3신당’ 창당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민주당 내 이탈예비군들의 탈당에 또 다른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朴槿惠) 미래연합 대표는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후보 진영 일각에서는 “비주류측이 당내에 남아 ‘노 후보 흔들기’를 할 바에는 차라리 나가주는 게 좋다”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당(黨) 대 당’ 통합론 부상〓정몽준 의원과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 박근혜 의원 등 ‘제3후보군’이 사실상 신당 합류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거대 신당론이 의미를 잃게 되자 중도파 일각에서는 “자민련 민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신당의 추동력을 살려냄으로써 나중에라도 제3후보군을 합류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 노 후보측은 자민련 등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과거로 회귀하는 신당’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반(反) 한나라당 세력들은 당분간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각개약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의 신당 추진도 일단 외부인사를 부분 수혈받는 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