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초 그려온 '거대신당'은 민주당 일부인사와 외부인사가 당밖에서 신당창당 주비위를 만들어 신당을 창당한 뒤 민주당과 통합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그같은 밑그림은 외부세력의 핵심인 정 의원이나 박근혜(朴槿惠)의원,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독자신당 창당쪽으로 기울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거대신당을 추진해온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내 중도파들은 정 의원 등이 중심이 된 독자신당 추진 움직임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면서 좀더 시간을 두고 민주당과 독자신당을 당대당으로 통합하는 '통합신당'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한화갑 대표가 16일 연석회의를 마치면서 "내가 말하는 신당은 민주당이 주도 것이 아니라 당 외부 인사들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17일 "신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외부가 주축이 돼야 (민주당과 통합해) 거대신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우선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당내 일부 이탈세력과 관계없이 재창당 수준의 별도 신당을 만든 뒤 외부인사가 주축이 된 독자신당과 통합협상을 벌여나가는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대신당의 통합 가능성이나 그 시기는 오리무중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중심의 민주당과 정 의원 등이 주축이 된 독자신당은 향후 대선정국의 변화에 따라 작용과 반작용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