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임금 인상, 실적에 따른 사업장 독립채산제를 핵심 내용으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개혁을 현장에서 지켜 본 중국 내 조선족 기업인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개혁 조치 발표 이후 북한을 다녀온 이들은 북한의 각 사업소와 근로자 등 경제 주체들이 새 조치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상점에 진열된 상품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등 경제 활력이 차츰 살아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계획경제의 전제 하에 조선식의 현대화 경제발전의 길을 걷기 위한 것’이라는 북한당국의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북한은 거대한 시장경제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옌볜(延邊)에서 대북한 무역업을 하는 M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업소마다 독립채산제를 도입한 만큼 실적이 저조할 경우 인상된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회사 간부와 근로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생산품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것.
이달 초 평양과 함북 회령을 다녀온 그는 “평양 시내 상점에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은 종업원들의 태도였다”며 “손님이 들어와도 거의 말을 하지 않던 이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상품을 선전하면서 하나라도 더 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번에 가격 개혁을 하면서 달러 태환지폐인 ‘외화 바꾼 돈표’를 폐지하고 종전 달러당 2.15원이었던 원화 가치를 150원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M 사장은 “평양의 외화상점에서 물건을 사려면 다른 지방에서 바꾼 북한 돈으로는물건을 살 수 없고 반드시 그 상점의 달러교환소에서 바꾼 돈이라야 한다”면서 “이는 상점마다 자신들의 영업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평양은 물론 나진 선봉 등에서는 종전보다 상점에 생필품이나 농수산품 등이 많아졌다고 들었다”면서 “이는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베이징(北京)에서 대북 무역업을 하는 C사장은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는 종전의 ‘표 놀음’을 철폐하고 ‘돈’에 의한 정상적인 경제 교환제도를 도입한 것”이라면서 “겉으로만 보면 단순히 물가를 현실화한 것이지만 이제 가격이 경제를 이끌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배급제 폐지에 대해 “교육과 의료는 여전히 국가에서 책임지며 식량 가격도 현실화했지만 양표(糧票)를 폐지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다른 생필품에 대한 배급제는 완전 철폐했다”고 전했다. 종전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옷이나 신발 등 생필품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배급표가 있어야 했으나 이제는 수량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두만강 일대의 북한 도시를 상대로 무역을 하고 있는 옌볜의 L사장은 “아직 성패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북한이 시장경제의 첫걸음을 뗀 것만은 사실”이라면서 “상품 교환이 다소 활기를 띠는 등 희망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북한 기업들이 에너지 부족과 자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품 생산이 제대로 이뤄질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럴 경우 북한에서도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새로운 장마당(암시장) 가격이 형성되면서 당국의 엄격한 단속이 뒤따르는 악순환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것. L사장은 “국가가 가격을 결정하고 국영 매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큰 줄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사회주의 집체(集體)사상을 계속 고취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베이징〓황유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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