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동 의미와 전망

  • 입력 2002년 8월 19일 01시 22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 자민련 조부영(趙富英) 부총재의 18일 4자회동은 ‘제3신당’ 창당 작업이 공식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 촉발된 신당 논의가 여러 정치세력의 ‘통합’쪽으로 모아지기보다는 일단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당 비주류와 제3세력군 일부가 결합하는 제3신당론 △민주당 중심의 거대신당론 △정몽준 의원의 독자신당론 등 세가지 흐름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네 사람이 서둘러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선 것은 복잡하게 얽혀갈 수밖에 없는 향후 신당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민주당의 거대신당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먼저 깃발을 꽂아놓으면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박근혜(朴槿惠) 미래연합 대표도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제3신당의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당 논의의 핵심변수인 정몽준 의원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협의문에서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정당’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배제하고 있어 민주당 중도파가 얼마나 동조할지도 불투명하다.

이인제 의원 역시 자칫하면 또다시 ‘경선 불복’이라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어 아직은 신중한 태도다. 이 의원은 회동이 끝난 뒤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이냐”는 물음에 “아니다. 합의는 무슨…. 서로 논의한 것이다”며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탈당하느냐”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거참, 왜 탈당하나. 민주당은 소멸돼 가는 정당인데 탈당하고 말고 할 것이 있나”라고 말한 뒤 “모두 신당한다고 하는데 백지신당하면 다들 관심이 많겠지…”라며 자리를 떴다. 민주당의 본류에 해당하는 중도파의 일부라도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상황이 어렵다는 시각이 배어 있다. 반대로 민주당 내의 신당 논의도 제3신당이 구체화하고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독자신당론’이 급부상하면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거대신당을 추진해온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내 중도파들 내부에서는 정 의원 등이 중심이 된 독자신당 추진 움직임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민주당과 독자신당이 당 대 당으로 통합하는 ‘통합신당’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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