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서리 대출금38억 용처의혹 증폭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42분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가 올 3월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38억9000만원의 용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장 총리서리측이 새로운 사실이 확인될 때마다 말을 바꾸거나 인사청문회 때 밝히겠다고만 하는 등 명확한 해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꾸 바뀌는 해명〓장 총리서리는 13일 인사청문회 자료로 제출한 재산 명세 중 대출금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매일경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매일경제TV(MBN) 등 계열사의 주식 지분 변동이 없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19일자)로 확인되자 “93년 매경TV 설립 때 대주주의 지분을 확보했었다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올 3월 은행에서 대출받아 가지급금을 갚았다”고 1차 해명을 번복했다.

그러나 이 해명에도 의문이 따른다. 매경의 감사보고서에 장 총리서리와 매경간 가지급금 거래가 기록돼 있지 않기 때문. 회계 장부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대출금을 가지급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지급금의 도덕성 논란〓가지급금은 계열 기업이나 대주주 등이 회사에서 빌리는 돈으로 보면 된다. 구체적인 용도 지정 없이 빌릴 수 있고 만기도 없다. 해당 회사가 외부에서 차입한 자금의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내고 빌린다면 법적인 하자는 없다.

문제는 가지급금을 기업 소유주나 친인척, 경영진 등 특수 관계인이 개인적 용도로 유용할 때 발생한다. 회사 영업활동 등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곳에 투입할 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면 다른 주주들이 주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수익’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는 오너나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볼 수도 있다.

장 총리서리가 대출금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가지급금이었다”고 해명하지 않은 것도 그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매경의 영업활동 등에 사용돼야 할 자금을 법적으로 별도회사인 매경TV에서 장 총리서리 개인의 주식 지분을 늘리는 데 이용했기 때문이다.

▽위법 사항은 없나〓장 총리서리측이 거액의 대출금을 가지급금 상환에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없다.

장 총리서리측 해명이 맞는다면 ‘주식회사가 특수 관계자와 주요 거래가 있으면 감사보고서에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는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장 총리서리가 매경으로부터 빌린 가지급금의 이자도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열쇠가 된다.현행 법인세법상 해당 법인이 조달한 대출금리보다 가지급금의 금리가 낮으면 법인 소득을 감소시킨 결과가 되기 때문에 국세청이 법인세를 추징한다. 장 총리서리측은 가지급금의 이자나 상환조건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며 “인사청문회 때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어서 위법성 여부는 청문회에서 가려질 것 같다.


▼가지급금 '용도 명시하지 않은 법인 지출금'▼

▽가지급금(假支給金)이란?〓현금 지급은 이루어졌으나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몰라 회계처리상 계정 과목(용도)을 명시하지 않은 법인의 지출금을 말한다. 가지급금은 대주주, 임원 등 법인의 특수관계자에게 용도 지정없이 지불되는 업무무관분과 직원 출장비와 같은 업무관련분으로 크게 구분된다.

업무관련 가지급금은 업무 종료 후 곧바로 계정과목대로 처리돼 소멸되나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오랫동안 남아있는 게 보통이며 주로 기업자금을 유용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세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료:매경 인터넷 홈페이지 경제용어 코너)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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