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만철씨(87년)나 안선국씨(97년) 가족들의 해상귀순 이후 북측은 내부적으로 어선들에 대한 통제조치를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은 보였지만 해상귀순만을 이유로 남북관계가 갑자기 얼어붙진 않았다. 특히 최근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과 8·15민족통일대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순항 무드를 타고 있어 이번 해상탈출이 남북 화해 기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주재 외국의 외교공관을 거쳐 입국하는 것보다 해상탈출이 더 어렵기는 하지만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이번 귀순자들은 정부 관련부처의 합동신문을 받고 두달간 탈북자정착시설에서 적응교육을 받은 뒤 사회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다른 탈북자와 동등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미 1995년 북한에 수해가 발생한 이후 탈북자가 늘어나자 ‘급변사태 대비계획’과 ‘통합대비 계획’을 각각 세워놓고 있다.
‘급변사태 대비계획’은 1989년 구 동독에서 벌어진 대규모 탈주사태처럼 북한체제가 극도의 혼란에 빠진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만 그 대응책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런저런 대응방안을 구상해 놓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북한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반면 ‘통합대비 계획’은 북한체제가 혼란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탈북자에 대한 대책으로 탈북자보호시설 건립과 정착지원금 지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북한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육상 및 해상을 통한 탈북사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규모 탈북사태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이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