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희대 대학원 졸업식에서 탈북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치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은철(金恩哲·35·사진)씨의 각오다.
김씨는 평양 의과대학 구강학부를 다니다 86년 체코 프라하로 유학을 갔을 정도로 북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89년 귀순한 뒤 한국에서 북한의 의사 자격이 인정되지 않자 치의학을 계속 공부하기 위해 90년 경희대 치의학과 1학년에 입학했다.
북한과 체코에서 이미 8년 동안 치의학을 공부했지만 낯선 영어와 한자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는 “수시로 도로건설 등 국가사업에 동원되는 북한에서의 대학생활보다 철학과 윤리 등 다양한 교양과목을 배울 수 있는 이곳의 대학생활이 더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신 없이 바쁜 본과 과정 중에도 가끔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인회관과 농촌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의사라고 하면 ‘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 의아했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약자를 돕는 의사의 직분을 충실히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