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병역비리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인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이 의원의 ‘병풍 쟁점화 요청’ 발언을 들었을 때 정말 참담했다”며 면전에 앉은 이 의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천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를 먼저 죽일 것이라는 협박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며 “이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명확히 해명해주지 않으면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몰아세웠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이 의원이) 매 좀 맞아야겠다”고 말했고 일부 최고위원들은 “한나라당이 공작수사 운운하는데 이런 발언이 나와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준 격’이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의원이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이다”고 해명하자 최고위원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했지만 당내의 성토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이 의원 발언의 진실은 ‘대정부 질문을 준비하다 제3자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신뢰도가 없어서 빼버렸다’는 것”이라고 거들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그런데 뭐 하러 그런 말을 했느냐”며 여전히 이 의원을 비판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 후보 병역비리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어 조만간 ‘후보직 사퇴 공세’까지 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느냐”며 “당내 전략가인 이 의원이 아마추어만도 못한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이날 이 의원의 의원회관사무실에는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을 왜 망치느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가 100통 가까이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