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식사 손도 안대고 경제 질문만…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블라디보스토크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극동지역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올해로 경제개혁 10년을 맞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을 꼼꼼히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상업항과 항만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장 개혁 후 항만시설 운영의 변화와 근로조건 등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자세히 물었다.

김 위원장은 항만 시찰 후 인접한 하반호텔 식당에서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세르게이 다리킨 연해주 지사 등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질문하느라 요리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인 이그나트에 들러 30분 동안 5개층의 매장을 둘러보며 고객 수와 러시아산 상품의 판매 비율 등을 물어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역 특산품인 여성용 숄과 발잠주(酒)에 관심을 보였으며 러시아의 유명 민요 가수 류드밀라 츠키나(여)의 음반이 있는지도 물어보는 등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김위원장의수행원들은 쇼핑센터를 떠나면서 한 병에 2달러씩 하는 발삼주를 대량 구입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쇼핑센터에 도자기를 선물했으며 쇼핑센터측은 연해주에서 나는 천연보석으로 만든 기념품을 답례로 전달했다. 유리 코필로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도 김 위원장에게 소플린스크 성당을 그린 성화(聖畵)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 반갑게 포옹하는 것으로 정상회담을 시작. 푸틴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에게 “극동 방문이 어땠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1000% 만족한다”고 대답했다고 관계자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태평양함대사령부와 청소년 수련원 방문 계획 등을 취소하고 회담 준비를 하는 등 회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정상회담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큰 관심을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저녁 회담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양국 정상이 경제협력에 대해 긴밀히 협의했다”면서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 대해 100% 만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남북한 협력에 러시아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발언력을 확보하려면 북한과의 경제관계 강화가 불가피하며 북한으로서도 경제개혁을 통한 국가재건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양국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진단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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