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북한의 ‘조선중앙과학기술통보사’(통보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북한기술 이전 희망 항목을 보내왔다.
과학기술부 산하 연구소인 KISTI는 지난해 4월부터 중국 옌볜(延邊) ‘과학기술정보연구소’와 일본내 조총련 산하 ‘과학기술협의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측과 산업기술 교류를 협의해 왔으나 큰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통보사측이 이번에 기술이전 희망 목록을 자세히 만들어 보내면서 양측간 민간 산업기술 교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달 초 양측이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이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풀이된다.
통보사는 평양과학원 부설 기관. 과학 산업기술의 국내외 유통을 주로 맡는 한국의 KISTI와 비슷한 성격의 국책 연구기관이다.
북측은 KISTI와 통보사간 교류에 대해 ‘민간 교류’를 강조하면서 가급적 정치상황 등의 변수에 관계없이 산업기술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체제의 특성상 북한당국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이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서로에 대한 정보 교류가 크게 늘면서 기술교류는 물론 합작공장 설립 등 한 단계 높은 협력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KISTI는 기대한다.
한편 KISTI가 올해 초 국내 500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최근 분석을 마친 ‘북한 산업기술 수요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가운데도 상당수가 대북(對北) 기술교류 및 산업협력에 기대를 갖고 있다.
응답업체의 절반 이상이 북한과의 산업기술 교류와 협력으로 매출액이 늘고 투자수익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은 북한의 산업기술 수준에 대해 그리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임금 상승에 따른 경쟁력 상실 등의 이유로 대북 진출에 관심이 높았다.
조사대상기업들은 또 북한과 교류 협력을 할 때 주요 장애요인으로 △경제외적 요인의 불확실성(28.2%) △대북 관련 정보 부족(23.4%) △대북 교류 관련 제도 미비(11.5%) 등을 꼽았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