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 '병역의혹' 충돌 심화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51분


한나라당은 23일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병풍 쟁점화 유도’ 발언과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유임시킨 검찰 인사를 문제삼아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공세의 칼끝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을 직접 겨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현역 의원 70여명 및 사무처 직원 등 300여명은 이날 청와대 앞길에서 ‘심판, DJ 공작정권’이란 띠를 가슴에 두른 채 “박 비서실장을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1시간가량 대치한 채 ‘정치 공작 규탄대회’를 강행했다.

이어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요구서’를 낭독한 뒤 최연희(崔鉛熙) 사무부총장은 이를 조순용(趙淳容)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규탄대회에 이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입구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여의도로 복귀했다. 당사에 남아있던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이들과 설렁탕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서 대표는 이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나는 정치를 떠났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며 “공작정치는 그만두고, 생산적 정치로 돌아오라”고 주문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 이 후보를 정조준했다. 이 후보가 2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아들 병역문제에 대해)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부끄러움이 없다면 왜 장남은 소록도에 가서 봉사하다가 대통령 선거에 낙선하자마자 곧바로 중단했느냐”라고 따졌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병역비리 은폐를 덮고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국정마비와 혼란도 불사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민주당측은 이날 한나라당의 검찰청사 및 청와대 시위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행태는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집회”라며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들이 식은 죽 먹듯 법을 어기고 무소불위의 특권적인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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