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봐야 할텐데”…정몽준 “한번 뵐게요”

  • 입력 2002년 8월 23일 22시 26분


정치권이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태풍 정국’의 핵심인사들이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10주년 기념 리셉션장에 일제히 모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정몽준(鄭夢準) 의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서로 인사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덕담과 선문답에 그쳤다.

이 후보는 박 실장을 만나자 “잘 되시냐”고 안부를 물었고, 박 실장은 “도와주십시오”라며 장대환(張大煥) 총리서리의 인준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얼굴이 좋아지셨네요”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렸고, 박 실장은 “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했으나 이 후보는 못들은 척하며 리셉션장을 떠났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만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김 총재는 “어떠세요”라고 물었고 이 후보는 “좋습니다”고 간단히 대답한 뒤 헤어졌다.

박실장은노후보를 만나서는 “당에서 장 총리서리 인준안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후보께도 부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자 신당 추진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정 의원은 노 후보에게 “바쁘시죠”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노 후보가 “언제 한번 봐야 할 텐데…”라고 화답하자, 옆에 있던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의원이 “방 하나 잡아줄 테니 담판 짓고 나오시죠”라고 끼어들었다. 하지만 노 후보가 “보면 얘깃거리가 너무 많을 것 같아서…”라고 말을 흐리자 정 의원은 “한번 뵐게요”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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