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지명자는 26일 오후 첫날 청문회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정작 이날 구체적인 해명보다는 “죄송하다”는 말을 20여차례나 하며 ‘몸 낮추기 전략’을 구사했다.
○…장 총리지명자는 아들(미국 유학 중)과 딸(대학 2년)의 강남 8학군 위장전입에 대해 연거푸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반면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뉴욕대 박사학위 원본을 갖고 있느냐”며 학위 취득 과정의 의혹을 계속 추궁하자 “짐 속에 처박아둬서 급하게 찾지 못하지만 안 의원을 식사 한번 모시고 꼭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장 총리지명자는 오전 회의가 끝나자마자 박사학위 취득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안 의원에게 다가가 “그것은 의원님 오해입니다”라고 해명했고, 이에 안택수 의원은 “학교를 제대로 안 다닌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장 총리지명자는 오후 회의 시작 직전에도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장 총리지명자가) 다 잘못했다고만 하니, 국민이 보기에 너무 재미없다”고 한마디하자 홍 의원에게 다가가 “의원님만 도와주시면 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언론 보도를 재탕하는 데 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노골적인 봐주기 질문으로 일관했다.
안택수 의원은 장 총리지명자의 학력 문제를 따지며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오늘 이걸 집요하게 따지겠다”고 별렀으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했다.홍준표 의원도 “장 총리지명자는 법률을 12개나 위반했는데,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몰아붙였지만 자녀 위장전입과 일부 증여세 탈루 사실 시인을 끌어내는 데 그쳤다.
○…장 총리지명자의 경기고 후배인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총리 후보자인 장대환 선생님께서”란 존칭을 연발하며 “제주도 땅에 직접 가봤더니 쓸모 없는 땅 같더라. 투기의혹은 없는 것 같다”고 대신 해명을 해줬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도 매일경제에서 임원대여금 23억9000만원을 빌린 데 대해 장 총리지명자가 “변호사와 상의했는데 배임이 아니다”고 주장하자 “그 문제는 해명이 다 된 걸로 알겠다”며 면죄부를 줬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