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시작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은 2000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1차 본회담을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정부간 접촉이 중단된 상태.
특히 지난해 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산하 금융기관에 대해 일본 당국이 압수수색을 한데다 북한선박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동중국해에 침몰하면서 북-일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또 올 초 1983년 영국 유학 중 실종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당시 23세)를 북한으로 납치하는 데 가담했다는 일본인 증언이 나오면서 북한에 대한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그후 일본이 끈질기게 요구해 온 실종자 문제 해결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면서 북-일간 물밑 교섭이 진전됐다. 북한은 실종자 조사 협조와 함께 요도호 납치사건 관련자 송환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의사에 의한 자진귀환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이어 18, 19일 열린 북-일적십자회담과 25, 26일 열린 외무성 국장급 협의에서도 북한측은 실종자 조사과정을 관계자가 직접 설명하는 등 집요한 ‘미소작전’으로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고 북한 내 경제난이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을 통해 당면한 경제난을 해결하는 한편 미국과의 마찰도 회피하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북 직전인 다음달 12일 뉴욕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북-미관계에 대한 메시지 전달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번주 일본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도 조만간 대북 특사를 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북-일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 개선 및 남북관계도 비중 있게 다뤄질 공산이 크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