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中 한중수교 10돌 기념 초청 건강상이유 사양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46분


중국 정부가 한중수교 10주년(8월24일)을 기념해 노태우(盧泰愚·사진) 전 대통령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했으나 ‘불발’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3일 “중국측이 재임 중 북방정책으로 역사적 수교협상을 타결지은 노 전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서 전립선 질환으로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해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측과 방중문제를 논의하기는 했지만 아직 중국측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달해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측이 지난해부터 초청의사를 밝혀 왔다”며 “10월말이나 11월 초순경 방중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을 초청하려는 것은 전통적인 ‘관시(關係) 외교’ 차원. 비록 현직이 아니더라도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큰 역할을 한 주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92년 9월 중일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총리를 초청한 것은 외교가에 널리 알려진 관시외교의 대표적 사례. 당시 지병으로 잘 걷지도 못하고 언어장애가 있던 다나카 전 총리는 리펑(李鵬) 중국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중국인은 우물을 뚫은 사람을 잊지 못한다”라고 말하자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었다.

한중 수교의 주역들도 직간접적으로 ‘대중(對中) 관시 외교’의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극비리의 수교협상에는 권병현(權丙鉉) 외무부 본부대사, 중국담당 신정승(辛正承) 동북아2과장이 협상팀으로 참여했고, 김석우(金錫友) 아주국장이 지원했다. 권 대사는 현 정권 들어 주중대사를 역임한 뒤 현재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신 과장은 외교부 아태국장으로 뛰고 있다. 김 국장은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지금도 중국과의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또 수교 직전 주중 무역대표부에 근무했던 김하중(金夏中) 참사관은 현재 주중대사로 나가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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