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대상 기관들 "제발 국감서 빼주세요"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52분


“국정감사를 안 받게 해달라.”

국정감사 수감 대상기관들 중 여러 곳이 올해 국정감사(16일∼10월5일)를 피하기 위해 물밑 로비를 벌이고 있다. 국감 준비의 부담을 덜어보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각 정당의 지도부를 비롯해 관련 상임위 간사들을 상대로 집요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면제 요청 이유도 갖가지〓부산시는 일찌감치 국회 상임위의 국감을 모두 면제받는 ‘행운’을 챙겼다. 시 고위직 인사들이 정치권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인 덕도 있지만, 29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열리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 행사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는 명분이 주효했다. 부산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어쨌든 아시아경기대회는 국가적 행사가 아니냐”고 말했다.

충청북도도 청원군에서 25일부터 한달간 열리는 ‘오송 국제바이오 엑스포’행사 준비를 내세워 행정자치위 국감에서 빠졌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위, 건설교통위의 국감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충북 출신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충북도가 국제적 행사 준비 때문에 국감에 대비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해당 상임위에 집중적으로 호소했다”고 말했다.

교육위에는 일부 교육단체로부터 “국감 기간에 ‘자립형 사립고’를 시찰하지 말라”는 역(逆)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의원들이 시범 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를 방문할 경우, 이 학교의 존재를 공식 인정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교육단체에서 ‘자립형 사립고는 입시 명문고의 부활’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시찰계획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E공단 등 일부 산하 단체의 경우 “지난해 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감사를 면제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수해지역은 빼라〓태풍 ‘루사’로 엄청난 피해를 본 시도도 국감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수석부총무는 “재해가 심한 지역은 국감 대상에서 빼자는 것이 당의 기본 방침”이라며 “심한 물난리를 겪은 경남은 안 하는 쪽으로 얘기가 된 것 같고, 태풍 피해가 큰 강원과 경북도 빠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이미 행자위와 건교위의 국감을 받는 것으로 결정됐고, 문화관광위와 환경노동위에서도 벼르고 있다. 서울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은 상대적으로 물 피해가 적어서 정치권에 읍소할 명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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