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노(反盧)진영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사퇴 요구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물밑에선 이미 노 후보 중심의 재창당에 대비, 선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중진들의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반노파 움직임〓송석찬(宋錫贊) 의원이 선두에 서서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송 의원은 6일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노 후보 사퇴 요구서’를 작성해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송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사퇴요구서를 배포하다가 김옥두(金玉斗) 의원 등의 만류로 도중에 중단했으나 “14일까지 비공개 서명을 받아 당에 제출할 것이다. 60∼70명가량의 의원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서명작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근진(李根鎭) 의원도 “노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을 같이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당론향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당수 중도-비주류 의원들은 “수해로 나라가 어지러운데…”라며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서명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중도파인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은 이와 관련해 “10일 신당추진위의 중간 결산 내용을 지켜본 뒤 당무회의에서 통합수임기구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7일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와 조찬회동을 갖고 당내 의견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노 후보측도 반노파의 서명작업 등에 대한 직접 대응을 삼간 채 선대위 구성을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선대위원장 경쟁 시작〓차기 당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선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몇몇 중진이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고 있지만, 노 후보로서는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를 선뜻 배제하기도 어려운 처지. 그러나 한 대표를 선대위원장에 지명할 경우 ‘민주당〓DJ당’이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노 후보측의 딜레마다.
친노파의 중심인물인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직에 관심을 갖고 ‘물밑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야당 시절에도 DJ에 반기를 들었고 현 정부 들어서도 구속 수감되는 바람에 ‘탈 DJ’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 장점. 중부권을 대표하는 개혁적인 이미지도 있어 노 후보측도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광옥 최고위원도 최근 노 후보와 단독 회동을 갖고 선대위원장직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