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합의문만으로 보면 정례적인 상봉은 면회소 설치가 완료된 뒤에나 가능하며, 그 시기는 이르면 내년 3월이 될 전망이다.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8일 합의문 발표 직후 “면회소 설치 운영문제를 논의하는 실무접촉을 10월 중순에 갖고, 11월에 착공하면 내년 3, 4월에는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이 경의선 연결지점인 도라산역에 설치하고 싶어하는 서부지역 상설면회소는 ‘경의선 완공 후 협의’키로 합의한 만큼 금강산보다 훨씬 늦어질 게 분명하다.
또 면회소가 설치돼도 북측의 행정능력이 문제다.
행정전산망을 갖추지 못한 북측은 5차 상봉(9월 13∼18일, 금강산)의 경우 남측이 신청한 200명 중 103명의 생사를 확인하는 데도 보름이 걸렸다. 북측이 1년 내내 조사하더라도 이런 상태라면 상봉 규모가 연간 2400여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흔히 1000만명이라고 불리는 이산가족 가운데 한적에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7월 말 현재 11만8284명. 이 중 2000년 8월 1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이후 상봉가족은 총 4500여명. 한적 관계자는 “면회소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도 북한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산가족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남측 이산가족 명단을 통째로 받아 일시에 생사확인작업을 벌이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는 한 지속적인 대규모 상봉을 통한 근본적인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힘들다는 얘기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