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정조사 준비 "公자금 청문회 아닌 해명회 될라"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46분


156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문제점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통해 병풍(兵風)국면을 바꾸겠다고 별러왔던 한나라당이 역량 및 시간부족과 정부측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도, 시간도 부족하다”〓한나라당은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적극 요구해 관철시켰으면서도 정작 특위 위원들은 대부분 비전문가로 배치,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 특위 위원 중 경제통은 박종근(朴鍾根) 의원이 유일하다. 당내에선 특히 그동안 공적자금 문제를 추적해온 재정경제부 출신인 임태희(任太熙) 의원이 특위에서 빠진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한 관계자는 “특위위원이 당초 11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자, 일부 의원이 ‘3일간 생중계되는 TV청문회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임 의원이 양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1개월 동안의 국정조사 준비기간이 국정감사 기간과 겹치고, 추석연휴나 아시아경기대회와도 맞물리는 바람에 시간부족, 관심부족에 시달리는 점도 한나라당은 고민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주변에선 “새로운 문제점을 파헤치기는커녕 정부 여당에 해명기회만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료가 안 온다”〓국정조사 특위의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98년 말, 99년 3월, 5월 말, 99년 말 기준 국정감사 통계를 오늘 중으로 보내라”며 소리를 쳤다. 박 의원은 “그동안 몇 번이나 독촉했지만 도대체 반응이 없다”며 “평소 국정감사 때도 자료가 늦게 오지만, 이번처럼 자료를 안 내놓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감사원에 공적자금 감사결과의 중간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감사 중간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면 최종보고서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엄 의원은 “감사원이 지난해 6개월간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 등 관련 기관을 샅샅이 조사한 공식자료를 국회가 활용 못한다면,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란 말이냐”며 “감사원이 조직적으로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공적자금 국정조사 협상과정에서 감사원을 직접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합의해 준 것을 놓고 “국정조사를 성사시키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협상에서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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