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대북정책 점검 "남북협력을 동북아차원 확대"

  • 입력 2002년 9월 10일 18시 40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아시아 유럽 프레스포럼2002'에 참석, 자신의 대북정책과 외교관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아시아 유럽 프레스포럼2002'에 참석, 자신의 대북정책과 외교관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10일 포괄적인 통일·외교 정책을 담은 ‘동북아 평화공동번영 구상’을 내놓았다. 노 후보로서는 통일·외교 관련 대선공약의 골격과 청사진을 집대성한 것이다. 특히 그 내용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노 후보는 이날 주로 외신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유럽 프레스 포럼2002’에 참석해 ‘대북정책 5원칙’과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6대 과제’를 제시했다. 대북 5원칙으로는 △신뢰우선주의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 △군사와 경제안보를 함께 고려하는 포괄적 안보 △투자로서의 경제협력 △당사자 주도의 국제협력을 내놓았다. 6대 과제는 △남북 화해협력의 제도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해결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협력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동북아 경제 및 평화협력체 창설 등이다.

노 후보가 내놓은 평화 구상의 가장 큰 특징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제창했던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계승하면서 이를 ‘동북아 평화와 번영’으로 확대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또 안보의 개념을 군사문제에 국한시키지 않고 경제문제까지 포괄함으로써 북한 지역 안정화를 위한 대북지원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고, 이를 통일비용의 분담과 장기투자의 관점으로 연결시켰다.

노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반도’에서 ‘동북아’로 확장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한 차원 격상시키는 것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발전시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노 후보는 다만 ‘퍼주기 논란’ 등을 감안, 대북 5원칙에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을 포함시켰다. 대북정책을 과감히 공개하고, 이를 야당과 공유함으로써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노 후보의 구상은 한나라당 이 후보가 제시한 평화구축 방안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이 후보가 상호주의와 투명성 검증을 앞세워 ‘조건부 대북 지원 및 선(先)관계 변화’를 상정하고 있는 데 반해 노 후보는 북한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류를 독자적으로 진척시키면서 이를 연계시키지 않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 정책과제에서도 이 후보는 적대적 대결구도 해소 및 한반도 평화구축 가시화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우선시한 반면, 노 후보는 남북 화해협력의 제도화를 바탕으로 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이회창 후보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 비교
 노무현(동북아 평화번영정책)이회창(평화정책)정부(햇볕정책)
원칙-신뢰 우선주의-국민과 함께하는 정책-군사와 경제 포괄하는 안보추진-투자로서의 대북 경제협력-남북 주도의 국제협력-남북한 당사자 주도-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병행추진-단계적 실천-무력도발 불용-흡수통일 배제-화해협력 적극 추진
과제-남북 화해협력의 제도화-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북-미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협력-북한의 개혁 개방 지원-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동북아 경제 평화 협력체 창설-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적대적 대결구조 해소-북한 대량살상무기 문제 조속 해결-한반도 평화구축 가시화하면 본격적 대북협력-교류협력 제도화,분단고통 경감 등인도적 문제 해결-남북한 및 미일중러 정상의 동북아 평화협의체 추진-남북한 철도 도로 연결-개성공단 건설-금강산관광 활성화-이산가족문제의 제도적해결-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입안과정 누가 참여했자▼

10일 발표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동북아 평화번영정책’은 진보적 소장 학자 20여명으로 구성된 외교안보 자문팀이 5개월여간 준비해온 것이다.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와 서울 모 대학의 중견교수가 안보팀장과 외교팀장을 각각 맡아 정책 입안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측은 “국립대 교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예비역 장성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자문팀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햇볕정책의 기조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장집(崔章集) 고려대 교수의 제자들이 실무작업에 대거 참여했으며, 최 교수의 논문과 저술도 많이 참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는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이 자문팀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 노 후보의 정책과 민주당 정강정책의 조화문제 등을 챙겼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나는 이렇게 본다▼

송영대

▽송영대(宋榮大·전 통일부 차관)〓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모방한 것 같다. 과제는 원칙과 달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적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혼동스럽다. 우선 5원칙 가운데 군사와 경제안보를 함께하는 포괄적 안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 6대 과제의 하나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남북간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같은 조치들이 뒤따라야 하는데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선 남북협력과 대북지원을 연계시켜야 한다(송 전 차관은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에게 통일정책을 자문해 왔다).

유호열

▽유호열(柳浩烈·고려대 교수)〓‘국민과 함께하는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일부 독선적으로 추진했던 현 정부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우리 사회의 보수층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안심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너무 낙관적이라는 느낌이다. ‘북한판 마셜 플랜’이 성사되려면 북측 준비상황, 우리의 경제적 여력, 미국 일본 국제금융기구의 도움 등이 맞아떨어져야 하므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 발전시킨다면서 6·15 남북공동선언의 통일방안 논란 등 민감한 문제는 피해갔다.

제성호

▽제성호(諸成鎬·중앙대 교수)〓‘신뢰 우선주의’는 북한의 남한 정부에 대한 신뢰와 남한 주민의 북한에 대한 신뢰 중 어디에 무게중심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남-남 갈등’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초당적 대북정책을 펴나겠다는 원칙과 사실상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대목은 우리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상호 모순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남북간 합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도 소홀하다는 느낌이다. 남북을 하나로 묶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우리의 경험을 전수하고 북의 발전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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