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2일 뉴욕에서 가진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방북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미국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음을 북측에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4일 북-일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식적인 입장만을 놓고 보면 미국이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성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관대한 모습의 이면에는 미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방북을 결정한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적지 않게 깔려 있다.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은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 외교적 불협화음이 일 것을 우려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워싱턴의 외교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의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12일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그동안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 온 일본이 미국의 강경 대북정책에 등을 돌리고 한국 중국 러시아 등 포용정책을 펴는 국가들 편에 선 것이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북 접근의 속도와 방식 등에서 미국과 행동을 달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의표를 찔린 미국으로선 일본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북-일 정상회담 결과를 예의 주시해야 할 상황이 됐다는 것.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지켜본 뒤 대북특사 파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특히 미국은 일단 남북관계 및 북-일관계의 진전에 맞춰 대북 대화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북-일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미국도 대북특사 파견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신이 더 심화돼 결국은 미국도 대화를 서두르지 않게 되고 대북 강경노선만 더 힘을 얻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