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日언론 인터뷰]“日총리 방북때 수교결실 기대”

  • 입력 2002년 9월 15일 19시 02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1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이 북-일 관계 정상화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17일 열리는 북-일 정상회담과 북-일 수교에 강한 기대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북-일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교도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일 관계가 정상화돼 발전할 경우 일본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인터뷰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와 과거 청산을 위한 양국간 교섭이 급진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해결해야 할 기본문제는 과거청산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본에 의해 조선인민이 받았던 모든 재난과 피해를 충분히 고려, 성실히 사죄하고 보상문제를 바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아베 신조(安部晉三) 관방 부장관은 “김 위원장이 과거 일본의 요구에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이 사이타 이치로(齊田一路) 교도통신 사장 앞으로 보낸 서면 인터뷰 회답 전문.

지금 세계의 이목은 조선(북한)에 집중돼 있고 나와 고이즈미 총리와의 대담과 회담에 대단히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세기 동안 양국관계는 불화와 대립에 의해 극히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다. 전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비정상적인 관계가 계속돼 온 것은 누가 봐도 백해무익하다.

북-일 관계를 정상화해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인민의 염원과 이익에 맞는 것이며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비정상적인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양국 정치가에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다. 책임 있는 정치가가 대국적 입장에서 결심해 대처한다면 양국간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곧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게 되지만 이것은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만남과 회담이 좋은 결실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해결해야 할 기본 문제는 양국간의 꺼림칙한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는 것이다. 과거 청산을 위해서는 일본에 의해 우리 인민이 받은 모든 재난과 피해를 충분히 고려해 성실히 사죄하고 보상 문제도 바르게 해결해야 한다. 이런 기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국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 크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중상해 서로 손발이 묶여 있지만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이들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면 안보문제 같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우리의 국방력 강화를 우려하지만 이는 철두철미 자위 정책이다.우리 무장력은 우리를 침해하는 자들에게는 무자비하지만 우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결코 누구에게도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고 우호적으로 대한다면 우리의 국방력 강화를 우려할 것이 없다.끝으로 내가 일본을 방문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양국 관계가 정상화돼 바람직하게 발전할 경우 일본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빌려 일본 인민에게 평화와 번영이 함께할 것을 빈다는 내 인사말을 전해주기 바란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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