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방북]日, 대북관계 美의존 탈피 독자외교 시도

  • 입력 2002년 9월 15일 19시 02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적에 입각해 북-일 정상회담에 임하겠다.”

12일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자신의 방북계획을 설명하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이렇게 협력을 구했다.

겉으로는 지금까지 대미(對美) 의존으로 일관해 온 일본의 외교전략과 다를 바가 없다.그러나 북-미간 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일 정상회담을 결정한 사실을 놓고 일본이 미국을 뛰어넘어 동북아 외교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독자 외교’의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는 물론 지난해 9·11 테러 이후에도 일본은 안보면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중시해 왔다.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대북관계에서 미국이 앞서가지 않는 한 일본이 돌출해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적극적인 유화정책으로 나오자 일본은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급속한 관계 진전을 이뤄냈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이 미국과의 오랜 동맹관계를 손상시키면서까지 대북관계를 밀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서 부시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따라서 회담에서는 북-일간 현안 외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의 무기한 동결과 재래식 전력 감축 등 미국의 안보 관심사들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현안과 미국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조율 안배하느냐는 것. 한 외교소식통은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일본인 납치문제나 과거 청산 등의 현안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안보문제는 미국의 뜻을 전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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