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청와대 경호별관 시설개수 공사비용 중 일부를 대통령 사저 옆의 경호동 건축부지 매입비로 전용한 것은 불법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윤경식(尹景湜) 의원도 “국회에서 심의하지 않은 신규사업에 예산을 전용하려면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대(金永臺) 경호실 차장은 “부지를 물색하던 차에 사저 옆 대지 소유자가 ‘사저 공사를 하니까 나가야겠다. 빨리 땅을 사달라’고 부탁해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거쳐 예산을 전용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호건물의 개·보수는 현직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현직 대통령이 급하냐, 퇴임 대통령이 급하냐. 불법 예산전용 문제는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며 대통령실과 경호실에 대한 세출결산안 처리를 거부, 2시간 동안 운영위가 중단되기도 했다.
논란이 격화되자 결국 박 실장은 “시설비와 토지매입비는 같은 성격의 예산이므로 엄격한 의미의 불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예산을 사전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운영위는 윤경식 이승철(李承哲)의원의 반대의견을 첨부하는 조건으로 세출결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 불법 전용 논란에 대해 “회계예산법 36조에 따르면 예산을 전용하려면 사전에 국회 의결을 거쳐 기획예산처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면서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