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의주를 우리의 경제특구에 해당하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7월1일부터 시작된 ‘경제관리개선’ 조치, 즉 경제개혁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1월 중국을 방문한 직후 “상하이(上海) 특구를 모델로 경제특구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북측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이번 특구 지정은 남북이 경의선(서울∼신의주) 연결공사 착공식(18일)을 갖기 직전에 단행된 것이라 북한이 경의선 연결 이후까지를 내다보고 취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왜 경제특구인가〓임금과 물가를 인상한 북한의 신(新)경제개혁 시스템은 개방을 통한 물류공급과 외국자본의 유입을 통해서만 안착할 수 있다. 경제특구는 외국자본의 투자유치 및 경제활성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신경제개혁 조치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도 이같은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김용술(金容述) 무역상이 “외국기업의 투자지분을 70∼80%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다분히 신의주 경제특구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북한이 700여명을 서방 선진국에 보내 경제연수를 받도록 한 것이나, 지난해 10월 김 국방위원장이 경제개선 관리지침을 하달한 것도 이런 준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왜 신의주인가〓김 국방위원장은 99년 10월 현대아산 정몽헌(鄭夢憲) 회장을 만났을 때 현대가 추진하던 서해공단 건설터로 황해도 대신 신의주를 추천했다. 공업용수와 전력이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해 중국 방문 직후 3일간 신의주에 머물면서 신의주 화장품공장과 법랑철기공장, 기초식품공장을 찾아가 이른바 ‘현지지도’를 하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증산과 공급을 강조했지만, 북한이 최근 유럽과 아시아 각국 기업들과의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신의주 특구가 단순한 생필품 공급기지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직후 중국 랴오닝(遼寧)성 성장은 단둥(丹東) 선양(瀋陽) 다롄(大連) 등 성내 각 도시와 회의를 갖고 경의선 연결에 대비한 신의주∼단둥간 철로 복선화, 신(新)압록강대교 건설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대의 경공업단지인 신의주는 현재 북한과 중국간 무역교류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나진-선봉과 개성은 어떻게 되나〓이번 신의주 특구 지정은 북한이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던 나진-선봉 무역지대 방식에 변화를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진-선봉의 경우 외진 지역일 뿐 아니라 북한이 외국기업을 선별해 투자를 허용하는 등 제한조건이 많았다. 아직 구체적인 법률지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개성도 조만간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북한 신의주 경제특구 관련 일지 | ||||
시기 | 내용 | |||
1991.12 | 나진-선봉 경제특구 지정 | |||
1999.11 | 북한, 현대에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 제의 | |||
2001.1.15-1.20 |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국 상하이 방문.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시간에 경제협력과 교역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문제 논의 | |||
2001.1.21-1.23 | 김정일 국방위원장, 신의주 현지지도. 남 신의주 일대를 개방 거점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신의주 구상’ 발표 | |||
2002.7.1 | 경제관리개혁 단행 | |||
2002.9.12 | 최고인민회의, 신의주 특별행정구로 선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