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현란한 기교로 연주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은 장영주는 “음악을 진정 사랑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음악적 수준에 대해 들은 바가 없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물론 협연자들의 실력이 대단히 훌륭해 연습 때부터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말 감탄했습니다.”
장영주는 21일 연주회가 끝나고 만찬장에서 한복을 입고 나타나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12세 이후 처음 입어보는 한복이에요. 북한에 공연가기 전 어머니가 ‘한복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평소 알고 지내던 한복 연구가에게 부탁해 대략적인 제 신체 사이즈를 불러주셨나봐요. 저는 다른 경로로 북한에 갔는데 KBS 교향악단 첼로주자인 이모가 그 한복을 ‘공수’해 오셨어요. 정말 대단한 정성이죠?”
장영주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열망을 가슴 깊이 느껴본 적이 없다.
“북한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남북한 합동공연의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러나 평양 무대에 서고, 연주를 하고,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조금씩 ‘왜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어요. 남과 북은 원래 하나였잖아요.”
그는 “북한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음악은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깨닫게 한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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