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장영주씨 “음악 앞엔 南北대신 음악인만 있어요”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44분


“북한 공연 이후 통일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22일 오후 KBS 관계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신석교기자
“북한 공연 이후 통일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22일 오후 KBS 관계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신석교기자
“그곳에 남한사람과 북한사람은 없었습니다. ‘음악’이라는 공통어를 사용하는 ‘음악인’이 존재할 뿐이었죠.”

북한 평양 예술극장에서 남북 합동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22일 오후 KBS 교향악단단원들과 함께 귀국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22)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듯 상기된 얼굴로 소감을 밝혔다.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현란한 기교로 연주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은 장영주는 “음악을 진정 사랑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음악적 수준에 대해 들은 바가 없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물론 협연자들의 실력이 대단히 훌륭해 연습 때부터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말 감탄했습니다.”

장영주는 21일 연주회가 끝나고 만찬장에서 한복을 입고 나타나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12세 이후 처음 입어보는 한복이에요. 북한에 공연가기 전 어머니가 ‘한복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평소 알고 지내던 한복 연구가에게 부탁해 대략적인 제 신체 사이즈를 불러주셨나봐요. 저는 다른 경로로 북한에 갔는데 KBS 교향악단 첼로주자인 이모가 그 한복을 ‘공수’해 오셨어요. 정말 대단한 정성이죠?”

장영주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열망을 가슴 깊이 느껴본 적이 없다.

“북한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남북한 합동공연의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러나 평양 무대에 서고, 연주를 하고,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조금씩 ‘왜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어요. 남과 북은 원래 하나였잖아요.”

그는 “북한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음악은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깨닫게 한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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