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노무현-정몽준 '3角 머리싸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물고 물리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 후보의 전략상 공통점은 상대후보가 또 다른 후보를 견제하도록 유도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이다.

이 후보는 지지기반이 겹치는 노 후보, 정 의원 간의 세력균형이 유지돼 ‘황금분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반면 노 후보, 정 의원은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구도를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회창〓이 후보측은 노 후보-정 의원이 맞붙는 3자 대결구도를 바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층이 많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이 최근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정 의원을 겨냥해 연일 집중 포화를 퍼붓는 반면 노 후보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하는 것도 이 같은 판단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후보통합 논의가 급류를 타면서 반(反) 이회창 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정 의원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정 의원을 주 공격 대상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정 의원의 돌풍을 저지하고 이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정 의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잃었던 지지기반을 복원하는 데 두고 있다. 당내에서 비노(非盧)·반노(反盧)그룹의 ‘후보단일화’ 공세가 거세지고 있고 정 의원이 호남에서마저 노 후보의 표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 후보 캠프 내에서는 노 후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한나라당이 정 의원을 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모양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정 의원에 대한 강공은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정몽준〓현재의 3각 구도가 궁극적으로는 이 후보와의 양강구도로 정립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적극 대응하되, 노 후보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는 ‘무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정 의원이 최근 “내가 젊은층 지지가 많아서 민주당 노 후보와 겹친다고들 하는데 실은 한나라당과 지지기반이 더 겹친다”며 영남권과 보수층 파고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 의원측은 그러면서도 노 후보와 이 후보측의 병역공방이 계속돼 양측이 상처를 받는 상황이 계속되기를 내심 원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