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돈은 당시 금강산 관광대금으로 지불한다고 발표된 4억달러와는 다른 것으로, 6·15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지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배(朴相培) 산은 부총재는 “2000년 6월 7일 4000억원을 현대상선에 대출해준 뒤, 같은 달 28일 90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줬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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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00억 주고 남북정상회담 했나” |
같은 당 이성헌(李性憲) 의원도 “현대건설도 자금난에 빠져 있던 2000년 5∼6월 홍콩과 싱가포르에 부동산회사를 만들어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투자한 것을 확인했다”며 “현대건설 자금담당 이사를 지낸 송모씨가 이 투자금이 북한에 건네졌다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에 5억5000만달러가 건네진 셈이다. 2000년 당시 남북정상회담은 6월12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연기요청으로 하루 늦은 13일에 열렸다.
엄 의원은 “현대아산으로 흘러들어간 4900억원은 2002년 3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4억달러가 비밀리에 북한으로 갔다’고 지적한 바로 그 돈이다”며 “정부는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엄 의원은 또 증인으로 출석한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 총재에게 “김충식(金忠植)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 ‘형식상으로는 현대상선이 대출 받았지만, 실제로는 현대아산이 대북 지원용으로 사용한 만큼 정부가 돈을 갚아야 한다’며 버텼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엄 전 총재는 “김 사장으로부터 ‘현대상선이 쓴 돈이 아니니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2000년 8월 말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진념(陳稔) 재경부장관,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을 청와대 별관에서 만나 보고했다”면서 “당시 이 수석은 ‘알았다.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엄 전 총재는 이어 “2000년 8, 9월경 임동원(林東源) 국가정보원장을 만나려다 안돼서 김보현(金保鉉) 국정원 대북담당 3차장을 서울 강남 아셈타워에서 만나 같은 문제를 상의했는데 김 차장도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엄 의원은 이 밖에도 “이근영 위원장이 산은 총재 시절 현대상선의 4000억원 지원요청을 거절했지만,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은 뒤 대출해줬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현대상선측은 “김충식 전 사장이 사정을 알고 있겠지만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어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