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후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재벌2세…돈' 집중추궁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55분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리스트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리스트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재벌 2세의 대권 도전의 문제점 등 패널리스트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차분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생모 문제 등 개인신상 문제에는 답변을 회피했고, 일부 대목에서는 질문의 초점을 벗어난 답변도 많았다.》

▼재산 증식-편법 논란▼

정몽준 의원은 이날 현대중공업 주식 변칙 증여 논란과 세금 추징 등 ‘돈’과 관련된 질문에는 줄곧 강한 톤으로 반박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91년 현대중공업 주식 650여만주를 변칙 증여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91년에 주식을 증여받았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했고 꾸준히 증자에 참여해 재산을 늘렸다”며 변칙 주식 증여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그 해 국세청에서 주식 증여와 관련해 44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정부에서 세금을 추징했다고 해서 모두 변칙이다 불법이다고 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에 신탁하기로 결정한 현대중공업 주식 836만주에 대해서는 “은행에 신탁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리지 않겠다는 것이며 당선되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재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 의원은 현대 계열사의 ‘정경분리 선언’에 대해서는 “대선에서 성공못하면 형제, 친척의 기업이란 이유로 어려운 일을 당할 수도 있어 겁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현대중공업 지분을 담보로 융자받은 500억원은 신당 창당 자금이 아니냐”는 질문에 “2년 전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8%였던 지분을 11%로 늘리기 위해 대출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 의원측은 토론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91년 당시 여권이 국세청을 동원해 현대그룹 세무사찰을 실시, 같은 해 11월16일자로 1308억원의 세금을 부과했으나 93년 행정소송을 제기해 96년 대법원 판결로 전액 환급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44억원의 세금추징에 대해서는 “88년도에 취득한 현대엔진(89년에 현대중공업에 합병) 지분 180만주를 저가매입으로 간주해 45억20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됐으나 대법원 판결로 잘못된 과세로 인정돼 전액 환급받았다. 91년에는 증여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월드컵 정치▼

정몽준 의원은 “월드컵을 대권행보에 이용해오지 않았느냐”는 패널들의 집중추궁에 대해 상황논리를 펴며 부인했다.

그는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 ‘대선출마를 기피하면 정치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출마라는) 최소한의 책임을 회피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나는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친구가 ‘월드컵 유치 안 되면 이민 가라’고 하다가 유치하니까 ‘16강에 못 들면 이민 가라’고 했다”며 “나는 이민을 가지 않고 (월드컵 유치와 16강 진출 약속을 지킨 뒤)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협회장직 등 축구와 관련된 직책을 포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시아 30억 인구를 대표하는 국제축구협회(FIFA) 부회장직이 자랑스럽다”면서도 “그런 직책 때문에 대선이 불공정할 수 있다면 그만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어 ‘월드컵 특수’를 누리며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미디어 시대인 만큼 매일같이 언론에서 특정 정치인을 검증하고 있다”고 반박한 뒤 “대통령이 되면 국민통합을 위해 매일 아침 저녁식사를 여야 의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주가조작 연루 의혹▼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98, 99년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연루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직을 이용해 금감원에 압력, 혹은 청탁을 행사했다고 받아들여질 만한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당시 1800여억원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는데 투자 실무자 몇 사람만 처벌됐다. 현중의 주인인 정 의원이 당시 이를 보고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지적에 정색을 하며 ‘금감원 조작설’을 들고 나왔다.

“당시 저와 사촌형제들 4명이 현대 주가를 올리기 위해 내부자거래를 통해 주식을 팔아 20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TV 뉴스가 금감원 발표로 나왔다. 그러나 금감원 담당자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법률적으론 고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금감원이 도덕적 기준, 법률적 기준으로 나눠서 볼 수도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조작 아니냐.”

정 의원은 이어 “국회의원은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자리이다. 사실은 금감원 책임자를 만나서 ‘내가 국회의원인데, 만일 내가 금감원 책임자라면 주식을 사들인 사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판 사람의 책임을 묻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와 함께 “5000원을 주고 산 주식을 15년 후에 1만5000원에 팔았다”며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의혹도 적극 해명했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99년 4월 금융감독원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개입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같은 해 9월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 등 5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그러나 정몽헌(鄭夢憲) 당시 현대전자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 주식을 소유한 현대그룹 대주주들은 처벌되지 않았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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