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수 총리서리 검증 下]재산 형성과정…6년간 재산 3배로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54분


김석수 국무총리서리
김석수 국무총리서리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서리의 재산은 97년 초 대법관 퇴임 후 6년여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다 자녀들의 고액 예금 보유와 고급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등 재산 관련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재산 급증〓김 총리서리는 국회에 임명동의안 요청시 제출한 재산등록신고서를 통해 가족의 총 재산이 25억4727만7000원이라고 밝혔다. 대법관으로 있던 97년 초(96년 말 기준) 총 재산이 9억4500만원이라고 신고했던 데 비해 16억원이 불어난 셈이다.

이 기간에 김 총리서리 본인 명의 재산은 7억1800만원에서 13억8323만원으로 증가했다. 변호사 개업 후 연평균 1억2000만원씩 재산을 늘린 셈.

▼글 싣는 순서▼

- <上>국정 수행능력…30년 법관

총리실은 “변호사 수임료, 연금(매월 280만원), 삼성전자 사외이사 수당(매월 250만∼350만원) 등의 수입과 실권주로 받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1억1355만원의 차익을 본 것이 재산 증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들의 억대 예금〓2남1녀 모두 억대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실이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장남(36)이 1억5000만원, 자동차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차남(33)이 2억원(부인 예금 포함), 의사인 딸(32)이 2억9000만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 총리서리측은 “장남은 집안의 종손인데다 몸이 아프다고 친척들이 걱정해서 병원비 등에 보태 쓰라고 준 돈이 꽤 많고 차남과 딸은 각자 사업과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상속 및 증여세 회피 의혹〓김 총리서리는 고향인 경남 하동군 고전면 고하리 일대 토지 10필지 9500여평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에는 8필지를 52년부터 80년 사이에 매입한 것으로 나와있다. 상속 및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매입한 것처럼 편법으로 등기 이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총리실측은 “김 총리서리 부친이 돌아가신 뒤 부동산실명제 도입 후 특별조치법 시행 때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 총리서리의 사촌형이 편의상 매매로 정리한 것”이라며 “땅의 규모가 작고 가격도 3500여만원에 불과해 증여나 상속으로 처리했더라도 과세대상이 안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 특별 대우 의혹〓김 총리서리가 99년 6월에 분양받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아파트(68평형)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총리서리가 사외이사로 있던 삼성전자가 사업주체인데다 분양 당시 공개청약방식 대신 일부 고위층만 대상으로 하는 ‘귀족 마케팅’방식을 통해 분양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특위의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 의원은 “분양가가 7억원이었던 아파트가 현재 12억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거액의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아파트를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로부터 특별 분양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당시는 임의분양을 금지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변호사 시절▼

97년 변호사로 개업한 김석수 총리서리가 수임한 사건의 승소율이 52.5%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다른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대법원 상고사건을 맡았으며 특히 상고인의 변호를 맡아 사건이 파기 환송된 경우도 23%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고심의 파기환송률이 민사사건의 경우 10% 안팎, 형사사건의 경우 4∼5%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김 총리서리의 승소율은 매우 높은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법원 전산시스템에 보관된 대법원 판결문 가운데 김 총리서리가 변호를 맡은 97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김 총리서리는 5년여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연평균 60건, 모두 300여건의 사건을 맡았으나 중도 사임과 항소심 사건 수임 등의 이유 때문에 실제 보관돼 있는 대법원 판결문은 97건뿐이다.

판결문이 남아있는 수임사건 가운데 79건이 민사사건이었으며 주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나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등 재산 관련 소송이었다. 나머지 18건의 형사사건은 공무원 대학총장 등의 뇌물수수나 횡령, 기업인의 배임사건 등 특가법 위반 사건이 대부분이다.

수임사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의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사건 상고심. 그는 이 사건의 변론을 맡아 99년 4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김 총리서리는 98년 6월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된 경기 이천시 ‘아가동산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고 업종을 특정해 분양한 상가 안에 기존 상인들의 동의 없이 동일 혹은 유사 업종의 입점을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소송의 상고인측 변론을 맡기도 했다.

김 총리서리의 납세자료와 연평균 수임 건수 등을 종합해 보면 건당 평균 500만원의 수임료를 받아 연평균 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변호사의 표준소득률을 적용한 순수익은 매년 1억2000만∼1억4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관 출신으로 높은 승소율을 자랑하는 김 총리서리의 건당 수임료와 연간 수익 규모가 지나치게 적다는 견해가 많다.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 착수금만 2000만∼30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서리의 변호사사무실 관계자는 “김 총리서리는 사무실에 사무장도 두고 있지 않으며 의뢰인에게도 ‘형편대로 돈을 가져 오라’고 하기 때문에 500만원도 안 되는 수임료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수임 실적이나 수임료를 축소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정치부=윤종구 부형권기자

경제부=송진흡기자

사회1부=강정훈 하종대 이상록기자

▼사외이사 시절▼

김석수 총리서리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99년 6월 이 회사의 실권주 500주를 주당 6만9900원(총 3495만원)에 인수해 올 1월 주당 29만7000원(총 1억4850만원)에 팔아 1억1355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참여연대는 “김 총리서리가 실권주를 배정받은 것은 명백한 특혜이며 이를 이사회에서 의결하는데 동참한 것은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 총리서리는 11일 “당시 실권주 배정안은 이사회에서 찬반 의결하지 않고 그 내용을 보고만 받았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가 참여연대가 그의 도장이 찍힌 이사회 의사록을 공개하며 반박하자 12일 “기억이 못 미쳐 실수한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은영(金恩榮) 팀장은 26일 “대법관 출신의 김 총리서리가 대기업의 관행적인 도덕적 해이를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도 “김 총리서리는 잘못된 관행에 맞서 소신을 세우기보다 대세에 묻혀 가는 무난한 태도를 지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특히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실권주를 샀다가 23일만에 장관직에서 낙마한 송자(宋梓) 전 교육부장관이나 김 총리서리나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김덕봉(金德奉)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은 이와 관련, “김 총리서리는 민간인 신분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소량의 실권주를 산 것이기 때문에 준공무원인 사립대 총장 신분으로 회사돈을 이용해 다량의 실권주를 샀던 송자 전 장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또 “김 총리서리는 99년부터 4년간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한 번도 회의에 빠지지 않고 회사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되는지, 경영이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주장했다.

김석수 총리서리의 삼성전자 실권주 취득 관련 쟁점
쟁 점 김 총리서리측 주장참여연대 주장
실권주 배정은 특혜인가-시가보다 할인된 실권주 가격은 기존 주주의 청약가격과 같다.-즉시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 변동 위험도 안고 인수했다.-이사회가 합리적인 기준 없이 특정인에게 임의 배정한 것 자체가 특혜다.-대표적인 우량주에 대해 위험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했나-회사에 손해를 주거나 사외이사로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므로 문제없다.-이사회에 빠짐없이 출석해 투명한 경영과 주주의 이익 위해 노력했다.-실권주 배정의 타당성을 따지고 본인은 특혜 대상에서 빠졌어야 옳다.-실권주 배정은 주식 지분율에 영향을 줘 기존 주주에게 손해를 준다.

▼장남 병역 논란▼

김석수 총리서리 장남(36)의 병역면제 과정, 거액 예금의 출처, 주유소 운영사실 은폐 의혹 등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남은 85년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88년 ‘질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총리실측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병명 공개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총리실은 “장남은 어떤 일을 30분 이상 계속하면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병역 면제 과정에 어떤 의혹도 없다”고 주장했다.

장남의 예금 1억4962만원의 출처도 의문이다. 돈벌이 없이 연수생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그가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체재비를 감당하면서 최근 6년 사이에 1억900만원을 모은 데에는 김 총리서리의 적극적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김 총리서리가 지병을 앓아온 장남을 뒷바라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결혼하지 않은 자녀의 통장은 가족의 공동재산으로 봐야 하고 법적으로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남의 예금에 김 총리서리의 소득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총리실은 장남이 몸이 안 좋아 일상생활조차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으나 그는 이달 초 미국 아칸소주에서 주유소 공동영업권을 구입해 실제로 영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총리서리는 재산신고 때 이를 빠뜨렸다. 공직자가 신고한 재산 내용을 심사하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장을 지낸 김 총리서리가 장남의 주유소 운영 사실을 재산 신고에서 빠뜨린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김 총리서리는 11월 말 결혼하는 장남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 총리서리직을 고사했다”며 “주유소 영업권 문제도 장남을 불필요하게 자극할까봐 제대로 물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이 장남의 주유소 영업권 획득 사실 자체를 몰랐던 데다 알고 나서는 신고 대상이 안 된다고 해명한 점, 영업권을 사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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