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은 현 정권이 내세우는 최대의 치적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도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변화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정상회담이 두 정상의 평화 의지가 아니라 뒷거래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을 짓밟는 폭거나 다름없다.
따라서 6·15정상회담의 배후에 비밀스러운 뒷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해준 4900억원이 현대아산을 거쳐 북한에 건네졌다는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시 현대상선 사장에게서 정부가 실제 채무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의 증언까지 나온 만큼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당시 청와대에서 경제수석비서관 재정경제부장관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회의를 했고 산업은행 총재가 이 자리에서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그런데도 회의 참석자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함구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당시 자금난에 빠져 있던 현대건설에서도 약 1억5000만달러가 북한에 건네졌다는 주장에는 더 기가 막힌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 돈까지 북한과의 뒷거래에 동원되었다면 기업이나 정부나 도대체 제정신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 돈을 대느라 기업이 부실하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김 대통령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당사자의 한 사람이다. 현 정부와 국회는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 산업은행이나 현대측이 부인한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거짓으로 진실을 덮는 것은 민족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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