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현대그룹 대출직후 北해외계좌로 송금"

  • 입력 2002년 9월 26일 19시 02분


현대그룹이 5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비밀리에 건네준 게 사실이라면 이 돈은 어떤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을까.

이와 관련, 대북 비밀지원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26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베이징이나 마카오 또는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의 가공계좌를 통해 4억달러를 송금했고, 곧바로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다”며 정부에 계좌추적을 요구했다.

즉,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상선에 대출한 4900억원은 현대그룹의 대북창구인 현대아산을 통해 북한의 해외계좌로 입금된 뒤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측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는 사실만 시인할 뿐 나머지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운영자금으로 대출금 전액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엄 의원은 “16대 총선을 사흘 앞둔 2000년 4월10일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 베이징에서 북한 아태평화위의 송호경과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할 때 (돈을 어떻게 줄지에 관한) 시나리오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현대그룹 관계자가 박 장관과 동행한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이 돈이 북한으로 가지 않았다면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가 무엇 때문에 국정원 김보현(金保鉉) 대북담당 3차장을 만났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전날 현대건설의 1억5000만달러 북한 전달설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송금 루트로 홍콩 싱가포르를 거쳐 북한이 관리하는 6개 계좌로 분산 입금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측은 “당시의 회사 고위간부나 관련 서류가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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